붕어 | 평산의 한 뼘 다가가는 붕어낚시(59) 배스터 붕어의 몸불리기 & 극한환경에서 붕어의 생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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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귀섭 작성일22-10-28 20:31 조회1,307회 댓글0건본문
평산의 한 뼘 다가가는 붕어낚시(59)
배스터 붕어의 몸불리기 & 극한환경에서 붕어의 생존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송귀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홍보이사, FTV 제작위원, 체리피시 자문위원
저서: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질문
배스터 붕어의 몸불리기가 맞는 얘기인가요? 조치원 고복저수지를 알고계신지요? 그곳은 배스와 블루길의 성화로 붕어 얼굴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린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미끼를 사기위해 들른 낚시점에서 배스가 서식하는 곳은 붕어가 스스로 몸을 불려서 빨리 성장을 하므로 오히려 대물을 만나기가 쉽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복지에서는 배스가 번성하여 오히려 대물낚시가 유리해졌다고 하던데 정말로 배스 때문에 붕어가 스스로 몸을 키우기도 하는지요? 낚시방송에서도 배스 때문에 붕어의 체구가 커졌다고 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극한환경에서의 붕어의 생존력에 대해 궁급합니다. 얼마 전에 TV를 보다가 우연히 파미르고원의 얼음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보았는데 잉어 등 많은 물고기 중에 붕어가 섞여있었습니다. 파미르고원은 평균 해발 5,000미터 이상에 위치해 있고 나무나 풀 등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 사막이며, 긴 겨울과 짧은 여름의 기후이고,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여서 사람들의 활동도 제한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 고지대 불모지의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붕어가 어떻게 적응하여 서식을 할까요? 더구나 강수량도 연간 130mm(우리나라의 1/10 수준) 정도로 극도로 적어서 물의 순환도 안 될 것이므로 산소부족과 수질악화 등 생존환경이 극히 나쁠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요. 그리고 언젠가 선생님께서 물이 바닥까지 줄어들면 붕어가 땅속을 파고들어서 생존을 한다고 했는데, 물이 빠진 땅속에서는 물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동절기에는 얼어버려서 동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땅속까지 산소공급이 안 돼 호흡이 불가능하게 될 텐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을 까요? |
질문자: 나라사랑 2004.09.13 http://cafe.daum.net/welikesong/2qDA/2736
유사내용 질문: 마룽외 35명(질문 집계기간 2002~2022년, 블로그+팬카페+SNS)
답변
배스터 붕어의 몸불리기
고복저수지는 필자도 오래 전 종종 찾던 낚시터 중 한곳입니다. 배스가 유입되기 전에는 떡밥콩알낚시가 아주 잘 되었던 곳이고, 그러면서도 월척 급의 붕어를 다른 곳보다 만나기 쉬운 곳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배스가 유입된 이후로 고복저수지는 유명한 대물낚시터화 되었지요. 그것이 배스 유입으로 인해서 붕어가 스스로 몸을 불려서 월척급 이상의 개체수가 많아진 이유라고 얘기하는 것을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고복지뿐만 아니라 배스터에서 대물낚시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표현을 하지요.
과연 배스가 유입되면 위협을 느낀 붕어가 스스로 몸을 불려서 급속히 대물로 성장할까요?
이 부분은 예전에 필자가 생태학자와 관련내용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나서 방송과 글을 통해서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생물개체가 먹이사슬 상층의 위협에 대응하여 스스로 몸을 불리는 등 체형을 달리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진화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의 진화에 필요한 기간이 지나야 하므로 배스가 유입되자마자 붕어가 스스로 몸을 불린다는 것은 이론상 맞지 않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실험관찰을 통한 결과에서 얻은 자연과학 이론이 아니고 상호 생태학적으로 유추한 생각을 나눈 대화의 결과였기에 다음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실험관찰 결과의 자연과학 이론을 받아들여서 아래와 같이 정정합니다.
‘붕어는 배스가 유입되어 위협을 느끼면 스스로 몸을 불리면서 생존한다.’
다음은 사인언스 학술지 내용 중 참고한 글입니다.
【붕어의 생존 전략: 포식자에 의해 유발되는 형태적 방어】
포식자가 있음으로써 먹이가 되는 생물이 먹히지 않기 위해 형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포식자에 의해 유도되는 형태적 방어 (predator-induced morphological defense)’라 한다. 이런 형태적 방어기작(防禦機作)은 달팽이와 담치 같은 무척추동물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달팽이나 담치 종류는 포식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껍질의 두께를 두껍게 해서 방어한다. 척추동물에서는 붕어에서 처음 발견된 현상이다.
1992년 스웨덴 룬드대학의 Brönmark와 Miner는 ‘붕어에서 포식자에 의해 유발된 체형에서의 표현형적 변화’라는 제목으로 유명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최초로 포식자인 강꼬치고기(Northern pike)가 있음으로써 붕어 집단 밀도는 감소하고 붕어의 체고가 높아진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후속 연구에서 체고/체장 비율이 0.28 정도 되는 두 집단의 붕어를 하나는 강꼬치고기가 있는 수조에서 키우고 다른 집단은 강꼬치고기가 없는 수조에서 두 달간 키운 결과 강꼬치고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 붕어는 평균 0.32의 체고/체장 비율을 갖게 되었지만 강꼬치고기가 없는 곳에서 자란 붕어는 평균 0.29의 체고/체장 비율을 나타냈다. 보다 세분된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붕어 체고의 증가가 강꼬치고기로부터의 화학적 신호물질 (chemical cues)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을 나타냈다.
극한 상황에서 붕어의 생존력
질문에서 예를 든 파미르고원 호수의 고기잡이 장면을 저도 TV에서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잉어, 가물치 등과 함께 붕어가 잡혀 나오는 것을 보고 ‘아. 소중한 자료가 되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자료로 보관중입니다. 급하게 TV화면을 찍은 사진이라서 선명하지는 못하지만 첨부한 사진 속에는 분명히 씨알 좋은 붕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미르고원 얼음호수의 물고기. 가물치, 잉어 그리고 붕어가 여러 마리 보인다.>
파미르원은 유라시아대륙 중앙부인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높고 거친 고원으로 대부분 나무나 풀이 거의 없는 사막지대일 뿐만 아니라 물도 귀하여 붕어가 서식하기에는 생존환경이 매우 어려운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 어떻게 붕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붕어가 다양한 환경 요인에 대한 광범위한 저항성으로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어류이기 때문입니다. 붕어의 생장 최적 온도는 25℃ 전후지만 0℃에서 38℃까지 살 수 있고, pH4 정도의 산성 조건도 견디며, 5℃ 이하의 저온일 때는 무산소 상태에서 4∼5 개월간 생존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물속 산소 농도가 높을 때는 아가미의 새엽(䚡葉) 들 사이에 세포가 채워져 새엽의 표면적을 줄이고, 반면에 물속이 저 산소 환경일 때는 새엽 사이에 발달했던 세포들이 퇴화해서 산소를 흡수하는 새엽 표면적을 넓힙니다. 즉 물속 산소 농도에 따라 아가미 새엽의 구조를 변형시키며 적응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온과 저산소 상태에서의 붕어의 생존전략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심장활동과도 연계해서 온도가 낮아지면 심박수를 낮추는 서맥(심장박동이 느린) 운동과 혐기성 호흡(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화학반응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호흡)을 함으로써 에너지 소모를 억제해서 긴 저산소 상태의 겨울을 견뎌냅니다.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글리코겐(glycogen:포도당을 기본으로 하는 다당류 중합체)은 붕어의 간에 저장되는데, 간의 크기는 여름에 체중의 2% 정도에서 10월 말에는 15% 정도로 증가하며, 간의 글리코겐 농도도 2%에서 35%로 증가합니다. 겨울을 앞둔 시기의 이러한 글리코겐 축적은 저온, 무산소 상태에서 혐기성 호흡을 통해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로 겨울을 이겨내려는 붕어의 본능적인 준비라 할 수 있지요.
한편으로는 무산소 상태에 노출된 붕어의 뇌를 조사한 결과 행동억제물질들은 증가한 반면 행동촉진물질들은 감소한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무산소 상태에 있는 붕어의 물리적 움직임을 줄어들게 하고 식욕을 떨어뜨려 먹이를 먹지 않음으로써 체내 대사를 줄이거나 혐기성 대사로 경로를 바꾸고 활동을 감소 시켜 에너지 소모를 최소로 하는 생존 전략을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2017.8.11.일자) 기사에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붕어의 비밀이 노르웨이와 영국 연구자들에 의해 또 하나 발견됐다고 게재했습니다. 바로 무산소 상황에서 살아남는 붕어의 능력이지요.
척추동물은 산소가 없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죽습니다. 뇌 등 핵심 장기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무산소 상태에서의 붕어는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데 바로 그 에너지가 알코올인 것입니다.
참고로 붕어가 한겨울 산소부족을 알코올로 극복하면서 생존한다는 언론 기사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일보 2017.8.24.), 한겨레신문 2018.9.23.)
【붕어는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나 연못 바닥에서 붕어는 4~5달 동안 겨울잠을 자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남는다. 얼음과 눈으로 덮인 저수지 바닥은 햇빛이 투과하지 못해 거의 무산소 상태다. 붕어는 간에 저장한 글리코겐을 분해해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얻는데, 그때 분해 산물로 젖산 대신 알코올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젖산에 의한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이때 붕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100㎖당 50㎎(0.05%에 해당)이 넘는데, 사람이라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수준이다. 붕어는 무산소 상태에서 술 빚는 효모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효소를 만들어 생존한다.
문제는 글리코겐 분해 산물로 생기는 젖산은 독성이 커서 몸에 축적되면 생존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금붕어를 이용한 실험에서 금붕어가 젖산 대신 알코올을 만듦으로써 이런 위험을 회피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의 설명과 참고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의 낚시 대상어인 붕어는 극한상황에서도 살아남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전에 방송이나 글을 통해서 언급했던 물이 마른 저수지 혹은 겨울동안 물이 빠지고 꽁꽁 얼었던 저수지에서도 붕어는 살아남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위대한 생명력을 가진 붕어를 함부로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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