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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釣行隨想(34) 2019 己亥年 설 德談 - 나이에 걸맞은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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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귀섭 작성일19-02-07 09:51 조회2,1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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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산의 釣行隨想(34) - 2019 己亥年 설 德談


                                               나이에 걸맞은 그릇

평산 송 귀 섭

FTV 제
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사외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세상을 다 속여도 나이는 못 속인다. 아닌 척해도 남은 다 안다. 자기만 착각하고 살 뿐.

설을 맞아 띠 나이로 한 살을 더 보태면서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돌아보고 내 그릇을 가늠해본다. 내가 품고 사는 그릇의 크기는 얼마쯤일까?

큰 그릇은 작은 그릇을 언제든 품을 수 있으나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으려면 깨부숴야만 가능하다. 즉 순리(順理)에 따라서는 아니 되니 역리(逆理)에 맞춰서 편법으로 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큰 그릇에는 작은 그릇을 아무렇게나 담아도 담긴다. 혹 마음을 써서 크기 순서대로 차곡차곡 담으면 최대의 수(數)도 담을 수가 있다. 이것이 큰 그릇을 지닌 현자(賢者)로서의 포용이다.


내 그릇에 담겨있는 것들은 <사람人>도 있고, <물건物件>도 있고, 진실 된 <사랑愛>도 있고, 나름의 <인격人格>도 있고, 직분에 맞는 <일業>도 있고, <화禍>도 있고, <증오憎惡>도 있고, <화해和解>와 <용서容恕> 그리고 나름의 <식견識見>도 있을 것이나 그 중 으뜸은 나이테를 더해가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사랑의 마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을 맞아 한 나이테를 더하면서 내가 내 그릇을 가늠하자니 빈자리가 커진듯하여 마음 한구석이 허(虛)하다. 나를 떠난 사람들. 그들 중에는 명(命)이 다하여 먼저 떠난 사람도 있고, 가치관이 달라서 멀어진 사람도 있고, 뭔지 이유를 모르게 소원해진 사람
도 있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이 虛한 것은 내 심중에는 담고 있음에도 빈자리가 되어있는 것 때문이다. 돌아 보건데 살아오면서 나를 떠난 사람은 있었어도 내가 떠나보내고 심중에서 지워버린 사람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쓰던 물건, 내가 써둔 글 중에서도 일부가 내 곁을 떠나거나 잊히고 없는데, 나는 그것을 잠재된 심중 깊은 곳에 두고 비우거나 정돈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체가 없는 그 자리가 난잡하고 虛할 수밖에.......


자. 이제는 내 그릇의 잠재구역을 열어서 묵혀둔 잔상(殘像)을 털어 새롭게 정돈을 해야겠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심중을 차지하는 그릇의 크기에 맞춰서 차곡차곡 다시 담아 놓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에 걸맞게 그릇도 좀 더 깊고 크게 해야겠다. 그리하여 지(智)와 덕(德)의 영역을 넓히고 키워야겠다.

또한 새로운 해에는 한 살 더하는 만큼 스스로 나이에 걸맞은 깊고 큰 그릇이 되도록 수양(修養)을 하면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손발은 온화하게>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이 때문에 낡고 볼품없는 그릇으로 살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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